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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실 약장시 오던 날 / 김신자
2018-03-02 14:21:54
양전형 <> 조회수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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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의 세상여행 23 >

약장시 오던 날

                                                         2018년 3월 2일 제민일보연재

 

은ᄌᆞ가 사는 ᄆᆞ을엔 트멍트멍이 약장시덜이 완 하간거 보여주멍 약을 빗나게 ᄑᆞᆯ아낫수다. 그쟈 왕왕작작 마이쿠 소리가 나가민 그날은 ᄀᆞᆯ으나마나 약장시가 오는 ᄂᆞᆯ이라십주기.

“호수리민 라분! 오널, 오널 ᄌᆞ냑 일곱시, 오널 ᄌᆞ냑 일곱시에 ᄆᆞ을회관 ᄌᆞ끗디레 오십서. 기똥차게 ᄌᆞ미진 차력이영 눈물읏이는 볼 수 엇인 연극도 ᄒᆞ염시난 ᄌᆞ냑밥덜 먹어지민 다덜 모입서.” ᄆᆞ을회관 리서기의 숨ᄇᆞ뜬 목소리를 들으난 성광 은ᄌᆞᆫ ᄉᆞ뭇 지꺼젼 귀경가기로 ᄒᆞ지 안ᄒᆞ엿수과.

은ᄌᆞ가 성이영 손심언 ᄃᆞᆯ락ᄃᆞᆯ락 그 염더레 가단 동네 삼춘을 만낫수다. “아이고, 느추룩 두린 아이덜은 귀경 못ᄒᆞᆫ덴 ᄒᆞ여라게.”ᄒᆞ멍 은ᄌᆞᆯ ᄄᆞᆯ라불젠 ᄒᆞ여도, 막 귀경ᄒᆞ고정ᄒᆞᆫ 가이넨 약장시덜이 신 천막에 가차와가난 성 금ᄌᆞ가 “이레 나 등에 업지라. 늘 아기추룩ᄒᆞ영 업엉 가커메 ᄌᆞᆷᄌᆞᆷᄒᆞ영 시라이.” 답돌이ᄒᆞ멍 널른널른ᄒᆞᆫ 포따리를 푹 씨와ᄀᆞ젼 가심 ᄃᆞᆯᄃᆞᆯᄒᆞ멍 가단보난 어떵 소망일케 들어덜 가젼마씀. 고망ᄃᆞᆨ새추룩 톡톡ᄒᆞ멍 야게 ᄌᆞᆸ아뎅견 천막소곱일 가 보거들랑 사름덜토 직깍ᄒᆞ고 원, 주둥이로 와랑와랑ᄒᆞᆫ 불을 푸악푸악 밖으멍 어디 도세기 ᄒᆞᆫ마리 그실림직 ᄒᆞᆫ 시뻘겅ᄒᆞᆫ 불을 이레 저레 활활 ᄂᆞᆯ리우는디, 은ᄌᆞ는 꿈에 시꿀만이 ᄆᆞᄉᆞ완 눈 딱 ᄀᆞᆷ고 성신디 몸을 오물렉이 곱앗당으네 주우릇이 눈망뎅이 버레기 트멍 또시 보곡 ᄒᆞ여십주기.

약장시가 온 이틀후젠 똑 하일라이트로 노래자랑이 십네께. 노래자랑 ᄎᆞᆷ예ᄒᆞ젱 ᄒᆞ민 돈 얼마썩 내영 신청ᄒᆞ여나십주. 노랠 ᄎᆞᆷ 좋아ᄒᆞ는 은ᄌᆞ 어멍도 나가곡 성 벗도 나가지 안ᄒᆞ엿수과. 그 ᄀᆞ리 성광 친ᄒᆞᆫ 벗은 고등ᄒᆞᆨ교 일ᄒᆞᆨ년이라서마씀. 요지금도 노래방이서 누게가 ‘잊으리’ 놀렐 ᄒᆞ민 은ᄌᆞ는 느량 그 성이 셍각납네께. 그 성이 어마저푸게 감정 ᄉᆞᆯ련 노래를 불러난 셍각에 은ᄌᆞ도 가당오당 ‘잊으리’를, 그때 추억을 물착 적지멍 웨울러보기도 ᄒᆞ여마씸. 은ᄌᆞ 어멍은 은ᄌᆞ 닮앙 놀렐 잘ᄒᆞ는디, 그날도 중간ᄁᆞ지 잘 나가단 그쟈 흥에 제완 지녁도 모르게 춤을 ᄃᆞᆯ싹ᄄᆞᆯ싹 추는 ᄇᆞ름에 오꼿 털어져불고, 성광 친ᄒᆞᆫ 벗이 일등을 ᄒᆞ여불지 안ᄒᆞ엿수과. 앵콜곡을 불를 땐 눈물ᄌᆞ베기 찰찰 흘치멍 불러노난 귀경ᄒᆞ는 사름덜 ᄆᆞᆫ 눈물을 흘쳐나신디, 상금도 하영 탓젠ᄒᆞ는 그 노래자랑 소문이 불세가 나나십주.

겐디, ᄆᆞ을에 숭시가 난 들싹들싹 ᄒᆞ연마씸게. 노래자랑 일등ᄒᆞᆫ 성 벗광 약장시 단원 ᄒᆞᆫ 소나놈광 눈이 맞아분거라마씸. 동네 사름덜 입에 올락ᄂᆞ력 거느리왕상ᄒᆞ게 소문이 난마씀. “아이고, 그 소나놈이 돗지름칠 ᄒᆞᆫ 것광 삔주룽이 생겨둠서 지집아이나 꼬심직ᄒᆞ게 생겨선게.”ᄒᆞ멍 질레마다 동네 삼춘덜 소도리가 춤을 추어십주. 경ᄒᆞᆫ디 또, 아닐케라 동네가 발칵 뒈싸진거라예. 노래자랑 일등ᄒᆞᆫ 금ᄌᆞ 벗이 ᄒᆞᆨ교도 절석ᄒᆞ고 어멍 아방 모르게 그 약장시 소나놈광 야반도주를 ᄒᆞ여분거라마씸. 경ᄒᆞ여노난 동네사름덜은 노래도 그자락 잘ᄒᆞ지도 안ᄒᆞ여신디 곱ᄃᆞ글락ᄒᆞ여노난 역불로 1등상 줫덴 셋바닥덜 슬슬 차십주게. 은ᄌᆞ 어멍도 “가다만 삔지룽ᄒᆞ고 아무 것도 몰르는 육짓것신디 간 고생ᄒᆞ젠 기여낫주기”ᄒᆞ멍 동갑난 금ᄌᆞ가 들으렌 느량 ᄀᆞᆯ악ᄀᆞᆯ악 ᄒᆞ여십주.

그 엿날 두릴 적인, “가족도 버리멍 도망간 성 벗이 잘도 사름 안닮아붸곡 미쳣구나”ᄒᆞ멍 은ᄌᆞ도 ᄆᆞ음 소곱으론 욕을 헤젼게마는 요지금 은ᄌᆞ ᄆᆞ음은 것도 아니라마씸. ᄉᆞ랑에는 일방통행이 아니라고 저 유멩ᄒᆞᆫ 외국시인 롤랑바르트는 ᄀᆞᆮ지 안ᄒᆞ엿수과양.

                     김신자 시인 / 제주어보전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