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자료실

일반자료실 제주어보는 제주속담풀이
2010-04-09 11:36:07
제주어보전회 <> 조회수 1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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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돌도 똘람시문 고망 난다

 

 ‘차돌도 뚫고 있으면 구멍이 난다.’는 속담으로 ‘강력한 노력과 끈기를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이젠 오름 오르기가 대중화되었지만 처음으로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은 선참자들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오름 정상에서, 아니면 차를 타고 가면서 368개나 되는 오름 이름을 척척 알아맞힌다든지, 보이는 족족 그 많은 나무 이름, 풀이름을 줄줄이 꿰는 사람이 이외로 많은 것이다.

 그래 기죽어 가만히 있으면, ‘당신도 열심히 다니다 보면 다 그렇게 된다.’고 격려하는데, 말이 그렇지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오름에 가는 목적이 오름 이름이나 식물을 알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무얼 하든 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대상은 점점 나에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오름 첫 강좌 말미에 나는 김춘수 선생의 ‘꽃’이라는 시를 자주 인용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는 그냥 흔한 잡초였던 것이 다가서서 눈높이를 맞추고 이름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꽃으로 변한다는 내용이 아닌가? 누구도 단번에 모든 걸 다 외우지 못하는 노릇이고 보면 조급하게 굴지 말고, 필기도구를 갖고 다니면서 듣고, 묻고, 적고 하면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어느 새 그 친구들은 머릿속에 들어와 앉아 있게 된다. 인간관계도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