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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실 아바지의 ㅅ.랑 / 김신자
2018-05-04 10:04:14
양전형 <> 조회수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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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의 세상여행 32 > 아바지의 ᄉᆞ랑

 

                                 홀모게기에 채와 준 큰큰ᄒᆞᆫ 시계

                                                                                                                      2018년 5월 4일 제민일보연재

 

나 두릴 적이 우리집 상방엔 진진ᄒᆞᆫ 벡시계가 걸어젼 셔낫수다. 시계가 굴툭부리곡 일 실펑 ᄆᆞᆼ케는 거 닮아가믄 아바지가 “그녀리 ᄌᆞ석, 또시 간세ᄒᆞ염구나게. 거 무신 전상이라. ᄒᆞ꼼만 일ᄒᆞ민 그쟈 배고팡으네” ᄒᆞ멍 잠지페길 와싹 후리듯 밥을 줘나서마씸. 아바지가 ᄌᆞ르지거나 술 먹언 들어온 ᄂᆞᆯ은 나가 방석 ᄋᆢ라게 올려놩 태엽을 내훈들멍 벵벵 감아낫수다. 그 벡시곈 질로 중ᄒᆞ고 우리광 ᄒᆞᆫ 식구라나서마씸. 요직금은 시계를 찌당도 실펑 확 데껴불곡, 핸드폰에 날ᄍᆞ영 ᄆᆞᆫ 나오는 시상이 뒈어노난 역불로 시곌 창 뎅기는 사름도 벨로 읏인거 닮아양. 그땐 시곌 창 뎅기는 벗이 잘도 불루완마씸. 나도 어는제민 저런 시계 창 뽄도 부리곡 벗덜신디 시곌보멍 뒈벨라지게 시간도 ᄀᆞᆯ아줘지코 ᄒᆞ멍 아무 죄읏인 벡시계신디 붕당붕당도 ᄒᆞ여낫수다.

그루후제 아바진 막둥이 ᄄᆞᆯ ᄆᆞ음을 ᄆᆞᆫ 익은 생이랍디다. 나 홀모게기에 연필로 춤ᄇᆞᆯ라가멍 뼁ᄃᆞ글락ᄒᆞ게 시계를 기려줍디다. 난 넘이 지꺼젼 홀목에 기려진 시곌 붸렷닥붸렷닥ᄒᆞ멍 잘도 ᄃᆞᆯ싹ᄃᆞᆯ싹거려낫수다. “신자야, 지금 멧시고?” 아바지가 들어보민 난 진짜 시계를 붸리는ᄎᆞ룩ᄒᆞ멍 뜸도 ᄒᆞᄊᆞᆯ 들이곡 계산ᄒᆞ는ᄎᆞ룩 ᄒᆞᆫ 다음에사 “아바지, 고만셔봅서예. 지금 ᄋᆢ답시 반이우다” 영 ᄀᆞᆯ으민 “아이고, 우리 막둥이 잘도 잘 알아ᇝ저” ᄒᆞ멍 날 막 추구려줘나서마씸. 아바지 오십ᄉᆞᆯ에 나가 이 시상에 나오라노난, 나가 ᄉᆞ춘기 오기 전이 우리 부미님이 넘이 할망 하르방 닮안 벗덜 부미광 비교가 뒈엇주마는, 난 두린 ᄆᆞ음에도 어머니 아바질 잘 못아사ᄒᆞᆫ다는 은 셍각이 들어나서마씀.

ᄇᆞ름 팡팡 불곡 바싹 언 저슬 어느 ᄂᆞᆯ이 튼내와졈수다, 아바진 왁왁ᄒᆞᆫ 쉐막이서 새끼줄 꼬왐시고, 난 마당이서 아바지가 멩글아준 새끼줄로 베뛸락을 ᄒᆞ여십주. 나가 ᄑᆞᆯ딱ᄑᆞᆯ딱 튀어가민 아바진 춤을 손바닥에 탁 ᄒᆞᆫ 번 밖아논후제 새끼줄 벵벵 꼬와가멍 나 베뛸락ᄒᆞ는 수정을 세어줘낫수다. 저슬내낭 ᄂᆞ람지도 멩글곡 초집 일 새끼줄도 하영 멘들단 보난 아바지 손은 ᄆᆞᆫ 히영케 일어나멍 굳은ᄉᆞᆯ로 딱딱ᄒᆞ여나서마씸.

어느날산디 ᄌᆞ냑에 아바지가 성 몰르게 날 ᄉᆞᆯ째기 불릅디다. “닐랑 ᄒᆞᆨ교 갓당 어디 놀레가지말앙 집더레 ᄒᆞᆫ저 오라. 어디 갈 디가 싯저” 나가 주우릇ᄒᆞ연 멧 번 들어봐도 아바진 ᄂᆞ시 ᄀᆞᆮ도 안ᄒᆞ고 닐 가보민 안덴만 ᄒᆞᆸ디다. 뒷녁날, ᄒᆞᆨ교 끗나난 난 집으로 터젼 ᄃᆞᆯ아와십주. 아바진 미리셍이 웨방 갈 준비를 ᄒᆞ연 십데다. 나광 손심언 5km 뒈는 딜 놀레 불러가멍 걸언 간 보거들랑 그딘 시곗방이랍디다. 시곗방 주연이 어가라 시계를 꺼내연 아바지신디 안네는거 아니마씸? 아바지가 느량 차던 큰큰ᄒᆞᆫ 쒜로 멘든 시곗줄을 쭐인 생인고라 나 홀목에 맞촨 똑기 채와줍디다. 그때 나 기분은 하늘더레 ᄂᆞᆯ아가짐직 ᄒᆞᆸ디다양. ᄉᆞ뭇 지꺼젼 아바지가 “지금 멧시?” 들어보난 뜸들이지 안ᄒᆞ고 확ᄒᆞ게 “다섯시우다” 대답을 ᄒᆞ여십주.

그 먼먼ᄒᆞᆫ 질을 시계만 붸렷닥붸렷닥ᄒᆞ멍 오단보난 고사리 ᄀᆞᇀ은 홀모게기에 찬 큰큰ᄒᆞᆫ 시계도 날 붸리멍 빙삭빙삭 웃엄십디다. 지금 감성이 막 도젼 그때를 셍각ᄒᆞ멍 ᄌᆞᆨ아본 나의 시, ᄒᆞᆫ 펜을 읊어보쿠다. (장마엔 시계들도 관절마디 삐걱일까/손목에 침바르며 아버지가 그려주신/그 시간 친정집 돌아 갯바위에 공회전한다/시곗줄 줄이시고 내 손목에 채우던 날/지금 몇시? 지금 몇시? 시계 밖 꼬리 흔들던/지삿게 애기 똥풀아, 앞니 빠진 그 물음아/아버지 가시는 날 시간도 자릴 떴다/청명날, 당산봉 무덤 알람에 깨어날까/핸드폰 약속 하나로 누운섬 일으킨다) -졸작 ‘시계의 시간’ 전문                                                            

                                                           김신자 시인 / 제주어보전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