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자료실

일반자료실 ㅈ.베기 / 김신자
2018-10-14 11:50:00
입추 <> 조회수 1052
112.164.210.141

 

<제주어의 세상여행 52> ᄌᆞ베기

                                                                        2018. 10. 12 제민일보연재

아칙이 ᄌᆞ베기 ᄒᆞ여부난 징심 못싼마씀

올히 ᄋᆢ름은 ᄆᆞ큰 더와서양. 살인적인 무더우에 하간 곡석덜토 하영 ᄆᆞᆯ라불고, 수국수국 소곤닥ᄒᆞ던 종달리 수국꼿도 얼메 오래 안 간 확 소들아부난 귀경도 못ᄒᆞ연 보내분 게 잘도 을큰ᄒᆞ우다게. 오죽ᄒᆞ여시민 대프리카여 홍프리카여 ᄒᆞ멍 국내 지역멩에 아프리카광 ᄒᆞᆫ디 두루섞어진 신조어가 셍겨납네까. 시상을 어따불라ᄒᆞ게 멘들던 더우도 온디간디 읏고, 요ᄉᆞ이추룩 ᄀᆞ슬만 들어시민 딱 좋으쿠다. 선선ᄒᆞᆫ ᄇᆞ롬광 드르에 나가민 소곰 뿌려놓은거추룩 곱닥ᄒᆞᆫ ᄆᆞ멀꼿광 ᄇᆞᆯ그롱ᄒᆞ게 베르싸지는 어욱꼿덜 베려가민 나도 몰르게 감성이 물착 젖어옵네께.

메틀 전인 동창회 모임을 간 벗덜쾅 들러퀴멍 ᄇᆞᆰ도록 놀단 왓수다. 오래간만이 후식으로 나온 ᄌᆞ베기가 넘이 맛좋안 엄탁질ᄒᆞ멍 두 그릇이나 먹지 안ᄒᆞ엿수가. 호박닙 나풀나풀ᄒᆞ게 ᄐᆞᆮ아놓고 얇지롱ᄒᆞ게 톡톡 ᄌᆞᆸ아논 ᄌᆞ베길 퍼먹단보난 엿날 중ᄒᆞᆨ교 때 징심시간이 무뜩 셍각납디다. 그 땐 밥을 똑 먹어사 아이덜 지레가 큰덴ᄒᆞ멍 징심 싸 온걸 담임 선싱님이 똑기 검사ᄒᆞ영, 안 싸온 ᄒᆞᆨ생은 엎드려뻗쳐도 시기곡 들구 매타작도 ᄒᆞ여나서마씀. 요지금 셍각ᄒᆞ여보민 벨 난 ᄎᆞᆯ레도 읏곡 밥도 읏엉 징심 못 싼 간 것도 막 기십죽고 서러운디 무사 ᄄᆞ리기ᄁᆞ지 ᄒᆞ여신디사 몰르쿠다게.

그 ᄂᆞᆯ도 징심시간이랏수다. 담임 선싱님이 교실에 들어완 “징심 안 싸온 사름덜 다 나와!”ᄒᆞ멍 웨울리난 ᄒᆞᆫ 열 댓멩이 쭐레쭐레 나가지 안ᄒᆞ엿수가. 선싱님은 안 싸온 이유를 ᄀᆞᆯ렌 ᄒᆞᆫ 사름썩 막 훈대겨서마씀. “우리 어멍 동세벡이 감젯줄 비레 가부난 밥 읏언 못 싸왓수다.” “집이 ᄎᆞᆯ레가 마농지만 이서부난 부치로완 못 싸왓수다.” “ᄌᆞᆷ 자단 보난 ᄋᆞ끗 늦어불언 못 싸왓수다.” ᄒᆞ멍덜 ᄒᆞ건 맬 맞지 말아보젠 불쌍ᄒᆞᆫ추룩 야게길 숙이멍 라가지 이유덜을 ᄀᆞᆮ는디, 맨 끗뎅이에 산 잇단 민철이가 ᄒᆞ는 대답에 ᄆᆞᆫ덜 뒤로 나자빠질 뻔 ᄒᆞ엿수다. 선싱님이 “넌 왜 점심밥을 안 싸왔어?” ᄒᆞ난 “아칙이 우리 어멍이 ᄌᆞ베기 멘들안 먹어부난 못 싸왓수다.” 눈 번뜩이 튼 냥 선싱님 ᄇᆞ레멍 ᄀᆞᆯ아노난 선싱님은 기쟈 중치멕현 “넌 들어가.” ᄒᆞ멍 매타작을 멘ᄒᆞ여 줘십주. 그 ᄂᆞᆯ부떠 민철이 벨량은 ᄋᆞ끗 ‘ᄌᆞ베기’로 통ᄒᆞ여 불엇수다. ᄌᆞ베기, ᄌᆞ베기, 그 ᄌᆞ베긴 나가 이만이 든 여직도 순수ᄒᆞ고 눈치가 읏입네다게.

그 엿날엔 돈이 생기민 집집마다 밀ᄀᆞ루 ᄒᆞᆫ 푸데썩 사당 젱여놔둠서 먹어나서양. 장마철에 눅눅ᄒᆞ게 마 피당보민 밀ᄀᆞ루에 ᄌᆞᆫᄌᆞᆫᄒᆞᆫ 버렝이덜이 바글바글ᄒᆞ여도 체로 삭삭 ᄏᆞᄏᆞᆯᄒᆞ게 쳐가멍 걸러지는 버렝이덜은 데껴불곡, 그 벤ᄒᆞᆫ 듯 벤ᄒᆞ지 안 ᄒᆞᆫ 듯 노리롱ᄒᆞᆫ 밀ᄀᆞ루로 ᄌᆞ베길 멘들안 먹어십주. 손으로 반죽ᄒᆞ영 ᄌᆞᆸ아놓기 실프민 낭푼이에 치데기멍 ᄒᆞᆫ 숫구락썩 옴파놓을 때도 싯곡 맨 끗뎅이 ᄒᆞᆫ 숫구락은 똑기 애꼉 놔 둿당 불 ᄉᆞᆷ는 솟강알 염에 딱 부쪄놩 궝 먹으민 ᄌᆞ베기보다 더 구수ᄒᆞ고 맛도 좋아나서마씀. 정지에 이신 방석에 앚앙 솟강알에 불ᄉᆞᆷ으멍 하간 놀레도 불르곡, 벗덜쾅 ᄋᆢ라이 ᄆᆞ다졍 어른덜 담베피우는 숭을 털던 적도 이서낫수다. ᄒᆞᆫ 번은 종이를 뱅뱅 감안 불 부쪙 주둥이로 휴우~ 연기내우는 첵 ᄒᆞ여가멍 담베피우는 숭털단 ᄋᆞ끗 머리꺼럭에 불 부떤 막 가근ᄒᆞᆫ 동싱 허운데길 ᄆᆞᆫ 케와먹을 뻔도 ᄒᆞ여나서마씀. 머리꺼럭이 보릿ᄀᆞᄀᆞ리 모냥 ᄆᆞᆫ 부시레기 뒈연마씀. 저착 아프리카 사름덜추룩 레게머리 뒈여부난 동싱은 앙작ᄒᆞ멍 지녁 어멍신더레 간 ᄆᆞᆫ 소도리ᄒᆞ여부난 난양 그 동싱 어멍신디 욕 쳐 먹어낫수다. 가끔썩 그 동싱 만나민 그 엿날 두릴 적 이와기ᄒᆞ멍 베설창지 그차지게 웃곡ᄒᆞ여마씀.

                                                          김신자 시인 / 제주어보전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