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형의 제주어로 읽는 세상사 20>
수확의 계절이우다
2016년 10월 28일 제민일보 연재
“조케야, 이 밤이 어드레 감손?” “경안헤도 삼춘신디 감수다게.” “무사?” “콩이 넘이 익언 날이 괄아노난 콩각지가 막 터졈수다. 장만ᄒᆞ젠 ᄒᆞ난 놉을 빌어사 뒘직ᄒᆞ연예. 경ᄒᆞ난 삼춘, 닐랑 우리 콩 ᄀᆞᇀ이 걲어줘지쿠과?” “기여 경ᄒᆞ라게. 우리 콩도 ᄆᆞᆫ 익어가는 거 닮으난 ᄀᆞᇀ이 수눌멍 ᄒᆞ게. 걲으는 것광 도깨마당질ᄁᆞ지 ᄒᆞᆫ디 ᄒᆞ게.” “게민 경ᄒᆞᆸ주양.”
영덜 수눌아가멍 콩도 장만 ᄒᆞᆯ 때우다. 늦인 봄이 씨를 뿌련 ᄒᆞᆫ 여름 잘 키와 논 겁주. ᄌᆞ작벳디서 검질도 잘 매여주곡 하늘님이 ᄀᆞ물지 말게시리 비도 ᄂᆞ려주곡 태풍에 걲어지지도 말곡 ᄒᆞ여사 콩농시가 잘 뒈는 겁주. 오래 ᄀᆞ물민 몽글아지기만 ᄒᆞ멍 크들 안ᄒᆞ곡 다 익기전이 걲어져 불민 물이 ᄆᆞᆯ라불엉 는착ᄒᆞ여집주기. 이 콩은 뒌장도 ᄒᆞ여먹주마는 섭이 어랑어랑 올라올 때 그 콩잎 ᄐᆞᆮ아당 보리밥에 멜쳇 놩 쌍 먹으민 질룽입주. 요조금 사름덜사 그 맛을 몰를 거우다마는 쉰 넘은 제줏사름덜은 잘 알 텝주양. 요즘사 콩농시 ᄒᆞ는 사름덜이 멧 읏읍주마는 엿날 셍각난 ᄀᆞᆮ는 말입주.
콩장만 만이 아니랑, 낭에 ᄃᆞᆯ린 름덜쾅 물 든 곡석덜 ᄆᆞᆫ 장만ᄒᆞᆯ 때난 농시ᄒᆞ는 사름덜이 ᄒᆞᆫ창 바쁠 때우다. ᄒᆞᆫ 여름 잘 크곡 물당, 아침 ᄌᆞ냑으로 ᄇᆞ름이 석석ᄒᆞ여지곡 써넝ᄒᆞ여가믄, 밧이나 드르이나 산이 이신 라가지 곡석광 매덜이 익엉 털어지는 요 ᄀᆞ리, 수확의 계절이우다. 사름덜은 아으덜 키우는 것도 ‘ᄌᆞ식농시’렌 ᄀᆞᆮ기도 ᄒᆞᆸ데다. 농시ᄒᆞ듯 정성들영 키와사 ᄒᆞᆫ뎅 ᄒᆞ는 말일 텝주. 사름 사는 ᄒᆞᆫ 인생도 나으가 들어가믄 ᄀᆞ실들엇젱 비유도 ᄒᆞᆸ네께.
나 인생에도 ᄀᆞ을이 ᄎᆞᆽ아완 / ᄇᆞ름은 치져진 낭섭을 둥그리멍 / 가젱이를 흥근다 // 매는 어디 이신고 / 나는 ᄉᆞ랑을 꼿 피왓주마는 / 그 매는 궤로움이랏주 / 나는 믿음을 꼿 피왓주마는 / 그 매는 미움이랏주 // 나신디 매란 무신건고 / 목표는 무신건고 / 피어나보젱 ᄒᆞ엿고 / 그것이 나 목표랏주 / 경ᄒᆞᆫ디 나는 소들아 가고 / 소드는 게 목표곡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니주 // ᄆᆞᆫ딱 일흠에 불과ᄒᆞ주 / 아척ᄇᆞ름에 골째기가 털엄저 / 밤낭이서 밤이 털어젼 빙색이 웃엄저 / 나도 ᄒᆞᆫ디 웃엄저 -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詩 『늦가을의 산책』 중에서.
젊아실 때는 인생이 잘도 진 것으로 셍각뒈주마는 늙엉 보믄, 세월이 부영케 터졍 ᄃᆞᆮ는게 보이곡 살아온 날덜이 얼메나 ᄍᆞ른 건지 알아지는 겁주. 인생을 ᄒᆞᆫ 번쯤 연습으로 살앗당 두 번 살아지는 게 아니난, 아명 게꿈 물어가멍 콥이여 발이여 빌어봐도 청춘(靑春)이 두 번 오는 게 아니난, 이 ᄀᆞ슬에 느껴지는 게 ᄒᆞᆫ녁으론 나 인생이 ‘헤멩이문세‘ 닮아도 붸곡, ᄎᆞᆷ 허무ᄒᆞ기도 ᄒᆞ여마씀. 아멩헤봣자 빈 손으로 왓당 빈 손으로 가는 겁주. 자고이래(自古以來)로, 바득바득 모도와 논 거나 맨 말짜에ᄁᆞ지 줸 걸, 꽉 심은 냥 저싱ᄁᆞ지 ᄀᆞ졍갓뎅 ᄒᆞᆫ 말은 들어보들 못헤십주. 아명 버버작작 허대이멍 우기는 사름신디도 그건 ᄉᆞ실이난마씀. 아직 청춘(靑春)인 사름덜! 자꼬 ᄀᆞᆯ악ᄀᆞᆯ악ᄒᆞ난 듣고정치 안헤도 셍각ᄒᆞ멍덜 ᄒᆞ루ᄒᆞ루 보람나게 살아사 ᄒᆞ여마씀.
도깨로 탁탁 마당질이 끗나믄, 물을 솔박으로 거령 높이서 멍석 우터레 비와가멍 ᄇᆞ름에 몬독덜 불리곡, ᄏᆞᄏᆞᆯᄒᆞ게 콩장만을 ᄆᆞ친 후제, 그 콩을 멩글곡 장만ᄒᆞᆯ 때ᄁᆞ지 쿰어안앗단 볼춤읏인 콩고질은 잘 ᄆᆞᆯ류왕 지들커로 써나십주. 오망오망ᄒᆞ던 물 다 빠둰 겁덕뒌 콩고질은, 끗ᄁᆞ장 밥도 ᄉᆞᆱ아주곡 구들도 ᄃᆞᆺᄃᆞᆺᄒᆞ게 헤줍주마씨. 사름덜토 셍각헤 볼 만ᄒᆞᆫ 섭리라양. 자 이제 ᄀᆞ슬이 짚언 시치렁헤졈수다. 잘 거두와사 ᄒᆞᆯ 거 읏인가 ᄉᆞᆯ펴덜 보게마씀.
(시인 / 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