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속담](잘해도 한 가지 흉, 못해도 한 가지 흉)
아 들 : 엄마. 집의 오단 올레 앞의서 네부떠젼 옷 칮어먹어수다.
(어머니. 집에 오다가 골목 앞에서 넘어져서 옷 찢어졌습니다.)
엄 마 : 아이고, 는 어떵 생겨먹은 아이고? 경 조심성 엇엉 옷 칮어먹느냐? 지난 번엔 우산 일러부렁 완게마는 오늘은 족 옷 다 헐루아부러시냐?
(아이고, 너는 어떻게 생긴 아이냐?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 옷을 찢기느냐? 지난 번에는 우산을 잃어버리고 오더니마는 오늘은 아까운 옷을 다 헐게 했느냐?)
아 들 : 무사 엄만 메날 나 못 거만 말헴수과?
(왜 어머니는 매일 내가 못한 것만 말씀하십니까?)
엄 마 : 못는 일이 하난 경는 거 아니가? 느가 잘 거 뭐고?
(못하는 일이 많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냐. 네가 잘한 것이 무엇이냐?)
아 들 : 오늘 성적표 받아신디, 지난 중간고사에서 평균이 10점이나 올라수다. 이번엔 평균이 80점이우다. 나 잘헤수게?
(오늘 성적표를 받았는데, 지난 중간고사에서 평균이 10점이나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평균이 80점입니다. 저 잘했죠?)
엄 마 : 하이고, 들어보난 앞집의 길동이는 이번에도 평균 98점 받안 1등엔 헤라. 느 길동이추룩만 헤보라.
(하이고, 들어보니 앞집에 길동이는 이번에도 평균 98점 받아서 1등이라고 하더라. 네가 길동이처럼만 해 봐라.)
아 들 : 엄만 “잘헤도 구숭, 못헤도 구숭”이꽈. 못당 잘민 칭찬도 해줍써게.
(어머니는 “잘해도 한 가지 흉, 못하여도 한 가지 흉”입니까? 못하다가 잘 하면 칭찬도 해 주십시오.)
엄마: …….
□해설
무슨 일을 치르고 난 다음에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그에 대한 비평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일을 치르는 쪽에서는 잘하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다 들 수는 없다. 아무리 잘하노라 애써도 흉잡히는 것이 있기 마련. 그러므로 이 속담의 이면(裏面)에는 소신을 가지고 역량껏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열심히 해도 흉잡히지 않는 일이 없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족 옷 : 아까운 옷
구숭 : 흉
메날 : 매일
일러부렁 : 잃어버리고
하난 : 많으니까
www.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