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자료실

일반자료실 옛날 어멍덜은 먹는물 질어오는 걸 큰 일로 알아낫주
2011-03-02 15:28:35
제주어보전회 <> 조회수 1920
211.110.124.91
(33) 허벅으로 물 긷기

   
 
  물 긷는 사람들(「사진으로 보는 제주옛모습」)  
 
# 옛날 어멍들은 “쉐로 못난 여로 낫젠” 영게

요세는 집마다 상수도가 있어서 물을 펜게 쓰고 있지만 옛날에는 물이 귀영 어멍덜은 먹는물 질어오는게 큰 일로 생각 여낫주. 해벤 을에는 갯듸 바당에서 나오는 고망물을 질어당 먹어신디, 바당물이 들거나 덜 싸불민 고망물이 짜부렁 못먹곡, 바당물이 막 싸저사 물을 질어올 수 이시난 바당물때를 맞추젱 민 덜이 자는 한밤중에 물질어올 때가 하곡, 바당질이 얼크락 달크락 영 발이 민질락나 자울락민 귀마리(발목)도 거꺼먹곡, 푸더지는 날엔 허벅도 깨어지곡 사름도 다쳥 빙원에 가곡 여나서 마씸. 웃드르 을은 고망물이 잘 읏엉 연못이나 냇물을 질어당 먹어신디, 여름 믈때는 못물도 냇물도 라블민 먼 해벤 을지 강 질어오젱 민 허벅 질어오는디 두어시간 걸리난 족은 일이 아니라나서 마씸. 서방이영 찌 밧듸 강 일은 다곡 물 질어오는건 각시 직시엔 멍 일이엔 건 딱 어멍이 도맡앙 렌난 오죽민 어멍덜은 “쉐로 못난 여로 낫젠” 여실거우꽝?

어멍덜은 새벽 첫 이 울민 일어낭 내 나는 갈중이 적삼을 걸치는둥 마는둥 영 쉐왕에 강 쉐촐 주곡, 돗통시에 강 돗것 줘뒁, 궤팡 항에서 보리을 낭푼이에 거려놩 꼼이라도 물을 아끼젠  웃터레 물이 곧 올라오게 비왕  불만 씻엉 두말띄기 밥솟에 물맞추왕 불으민 솟두껑으로 거끔이 바각바각 부끄멍 번 궤민(끓으면) 불을 꺼뒁, 보리이 뜸자는 어간에 어멍은 음박질 듯이 먹는 물을 허벅 질어왕 물항에 비와두곡 여나서. 뜸드린 보리밥이 푸달푸달 게 되민 조반상 려놔뒁 식구덜 밥먹는 어간에 동고량에 밥거리곡 반찬거령 질구덕에 점심령 담곡, 아이덜 교에 갈꺼 려뒁 밥을 국그릇에 앙 적 먹는체 영 서방이영 찌 밧듸 가민 그때사 해가 아낫주. 경 당도 어떵당 번 늦으민 서방은 각시 탓이엔 멍 막 용심내주기. “요즘 세상 뜨민 서방이 일찍 일어낭 쉐촐도 주곡 날 도와주민 무사 늦어? 멍 큰소리 쳐도 될건디…”

서방이영 듸 밧듸강 일영 집에왕 저녁영 먹으민 밤중되영 식구덜은 자곡 어멍만 뒷날 조반 여먹을 물을 질어오젠 민 다리도 아프곡, 허리도 아파도 수어시 그 밤중에 물을 질어오곡, 도 장만는 이 샛날 겨부렁 방에 강 잘 를도 읏엉 정제 보리낭 웃듸서 갈옷입은냥 자는게 시근죽 먹듯 여신디 서방은 어느 트멍에 아이덜을 생겨놔부러신디 나도 모르게 배가 볼록영 보민 아기가 배여졍 남은씩이나 어떵연 하영 나져신디? 나도 모르커라 마씸.

# 여 아이덜은 모다들엉 어멍이영 찌 물질어왓주

누구네 집 꺼어시 여 아이덜은 두린때부터 물허벅 지는거를 제일 먼저 르치는게 어멍덜이  일로 알앙 아이덜이 걸음만 걸어가민 어멍이 물질레 갈때마다 찌 랑뎅기멍 허벅에 물짓는 요령광 물팡에 물구덕 부리는 방법, 물지른 허벅을 물구덕더레 들려 안칠때 째기 놋치 아니민 허벅이 깨어진뎅 는거를 주 라주멍 르쳐주민 요즘 유치원 갈 나이(5~7세)가 되민 두벵드리(4~5리터 정도 용량의 길죽한 병 모양)에 물을 지러줭 찌 라오렌 민 모가지도 라졈저, 구불도 아프다, 글락 글락 멍 길가당 못거르캥 영 질바닥에 드러안지민 어멍은 수어시 빈 물구덕만 아이신디 지렌 곡, 물이든 두벵드리는 어멍이 안앙 집에 지 오젠 민 이 빠졍 죽어져 나서.

   
 
  가라쿳물 오가는 길(「사진으로 보는 제주옛모습」)  
 
이추룩 여 아이덜은 어린 때부터 물 질어오는 것이 자기덜이 일로 알앙 국민교에 들어가민 데백이(6~9리터 정도 용량의 허벅)를, 4~5년 되민 족은 물허벅(10~15리터 정도)을, 중교 갈 나이부터는 어른지는 물허벅(20리터 정도)을 져서 물을 질어오는디 힘센 어멍들은 물을 꼼이라도 더 질어오젠 물허벅(22~24리터 정도)으로 물을 질어와 낫주. 물허벅은 동네 잔치나 초상난 집에 둠비젱 때 옛날엔 소금이 귀하고 비싸난 바당물을 져당 물(간수)로 쓰젱민, 웃드르 을 사름덜은 십리 넘는 먼 길에 조금이라도 물을 더 질어올 욕심으로 큰 물허벅을 무거워도 쉬멍 쉬멍 져와 낫주. 물이 귀때라 여 아이덜도 딱 모다들엉 어멍이영 찌 물을 져오멍 죽을고생 엿젱 르민 요세 사름덜 고지들을 건가 마씸?

경 여도 부제 어멍덜은 물지러오는게 꼼 펜긴 여도 서방이나 씨어멍 씨아방신디 아덜 못낫젠 구박 받으멍 살젠 난 얼마나 여실거우꽝? 아덜 못난게 어멍 탓이라 마씀? 억울일 아니우꽝?

어멍덜은 밧듸 가멍 여 아이덜 신디 물항에 물읏으난 교갓다왕 물항에 물져당 득 채우렝 랑 놔두민 아이덜은 교 갓다왕 벗덜이영 물질레가멍 장난당보민 질바닥에 푸더졍 도 밀어먹곡, 물허벅도 깨어졍 물항에 물도 채우지 못영 어멍신디 욕먹곡 매맞곡 여낫주. 라번 물질어 오젠 민 물배 그믓이 목이 벌겅게 라졍 와직와직 아프곡 멍도 어린 음에 으당 여사 일로 알앙 못견디멍도 물질어당 물항에 득게 채워낫주 마씸. 꼭 “콩쥐팥쥐 얘기 같네”

# 어멍덜은 물질레가는 것도 지꺼진 일로 생각 여서

어멍덜은 루 종일 밧듸강 일 당보민 이웃 사름덜 곡 말 를 를도 읏엉 물질레가민 동네 사름덜도 보곡 소문도 듣고 재미난 이왁도 젱 어멍덜은 물허벅을 물팡에 부려뒁 느네 집이 무슨일 이시냐? 개똥이네 집 잔치날은 초나흘 가? 우리집 곱닥  시집 보내젠 난 좋은 서방감시민 라주라, 보리용시는 몇 섬지기 갈아시? 우리 암쉐는 어제 황부릉이 낳져, 영자네 두갓은 지금도 잘 싸웜신가 이? 등 막 미나게 이왁당 보민 시간 가는중 몰랑 녁밥도 늦엉 서방신디 욕먹곡, 말 당보민 잘못 시령 소도리 맞춤도 곡 여도 어멍덜은 물질레 가멍오멍 웃음차자기는 재미로 피곤 일, 괴로운 일도 잊어지난 물질레 가는 것이 뭇 지꺼진 일로 생각연 사랏주.

# “세숫물 하영 쓰민 저승강 다 먹어사 다”여나서

“세숫물 하영쓰민 저승강 다 먹어사 다”멍 물을 게 쓰렌 난 씻을 때는 은 물박으로 꼼 세숫대양에 거려놩 맨손으로 물젹셩 양지를 서너번 문지르민 세수가 끝나곡, 그 물에 걸레 앙 안방도 다끄곡 여서. 이빨은 왕소금을 손가락에 무치영 이빨 안쪽, 바깟쪽을 작작 문질렁 물 모금 입에 무렁 구글구글 영 바끄문 이빨 다끄는건 끝나주기. 아이덜은 올레에서 하근 장난멍 놀당보민 옷도 젖곡, 이 묻엉 버물어도 어멍이 불으멍 옷을 리왕 박박비병 털엉 다시 입히곡, 몸에 거멍떼가 득냥 자젱 민 등뎅이가 려왕 성제끼리 을리멍(번갈아가면서) 긁거줘사 자곡 여낫주. 물 아끼영 목욕도 잘지 아니난 아이덜 손콥에 거멍떼가 득 눌곡, 옷광 머리엔 늬와 베록이 하영 궤영 “머리를 청빗으로 빗엉 보민 검은늬가 말”, “옷을 벗엉 보민 허영 쉬가 닷말”, “두룩두룩 진 늬는 섬”이 나왓젠 어른 들이 늘 라나서 마씸. 우리 아덜도 용의검사때 불합격연 교 똥통에 똥을 푸난 울멍 집에 와낫주. 다음날 교 갈땐 손콥을 세로 가끄고 똥비누(똥내나는 세탁비누)로 머리를 아서 청빗으로 잘 빗엉가민 주번 선생님이 합격이엥 민 기분좋안 여나서 마씸.

그때는 을에 목욕탕이 읏은 때난 여름엔 냇창에서 목욕곡 추운 저슬에는 큰 솟듸 물을 데왕 큰 낭도고리에 데운물을 퍼놩 온식구가 레로 돌아가멍 떼를 밀곡 민 떼아쟁이가 득 목욕 여난 물도 거름된뎅 영 우영팟듸 에 뿌려줘시난 얼마나 물이 귀여시민 어멍덜이 물 질어오는걸 큰 일로 알아시코 마씀? 오직 가족만을 위해 먼 오솔길을 걸어 먹는 물질레 가고왔던 슬픈 옛날 어멍덜 뒷모습이 내눈에 아른거림은 나만의 안타까운 느낌일까?

글 강원희 ㈔제주어보전회 이사·전 제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갯-듸:바닷가에

웃-드르:중산간

쉐-촐:소의 먹이

찌:같이

일:하루종일 하는 일

딱:모두

쉐-왕:외양간

돗-통시:돼지우리

불으민:불을 때면

-다:갑갑하다

큰-낭도고리:지름 75㎝, 높이 30㎝정도 통나무로 만든 둥근 식생활 용구

청빗:촘촘하게 만든 머리빗는데 쓰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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